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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농업, 농촌 정책

작성일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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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 정책소개4]

유럽연합(EU)의 농업․농촌 정책

박창규(진보정의연구소 전문위원)

2001년 이후 당시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철회, WTO반대를 외치며 농민단체와 연대하는 한편, 친환경농업의 확대,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매개로 한 ‘도시민-농업농촌 사회협약체결’, WTO협정에 저촉되지 않는 직접지불제 도입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 식량자급률 목표설정 법제화, 유전자조작 농산물 생산․수입 규제강화 등을 정책공약으로 제시했다. 농업을 단순히 농민들의 생계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안되며, 그렇기에 공산품 수출 확대를 위해 국내 농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국정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10년 전의 <2004년 민주노동당 총선공약>에 담긴 아래의 ‘농업농촌에 대한 기본인식’은 그러한 국정철학을 잘 보여주며, 지금의 현실에서도 그 의미가 살아있는 내용이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필수적인 농산물의 생산을 담당할 뿐 만 아니라 고용의 창출과 농촌지역사회의 유지, 환경보전, 생태질서의 유지, 자연경관의 제공 등 사회적으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즉, 농업은 이제 단순히 농민계층의 경제적 생계수단으로만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농민, 비농민을 아우르는 전체 국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공공재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추진해나갈 농정은 전체 국가경영전략의 차원에서 농업의 그러한 사회․경제적 역할이 적극적으로 실현되도록 농업을 유지하고 농촌을 활성화 할 것이다.”

이러한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은 당시 유럽연합(EU)의 농업농촌정책에 대한 사례연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농화학․곡물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농산물 국제교역의 불안정성, 생태환경운동과 생협운동의 성장 등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농업농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한 결과였다.

농업농촌 문제를 둘러 싼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10년 전 민주노동당의 인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주지만 그 힘의 저울추는 농업농촌을 포기하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진 듯하다. 이 시점에서 농업농촌의 역할과 그 의미에 대해 앞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던 유럽의 농업농촌 정책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형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의 농업농촌에 대한 기본인식을 가다듬고 농업농촌에 대한 발전구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1. EU의 농업농촌정책의 변화 개괄

EU 농업정책의 핵심은 공동농업정책(CAP)이다. 1957년부터 시작된 CAP는 1990년대 초까지는 역외에 대해 가변과징금을 부과하고, 역내에서는 공동의 제도가격을 통해 주요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농업 투자와 생산이 증대해 EU가 농산물 부족 상황을 벗어나게 된 것이 당시의 정책 효과였다.

그러나 농산물 생산과잉, 농업재정 부담 가중, 대외무역 마찰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1990대 들어 제도가격을 대폭 낮추고 그로 인한 생산자의 소득손실을 ‘보상지불(compensation payment)’하는 방식으로 정책전환을 했다. 1992년 『맥세리 개혁(MacSharry Reform)』이라 부르는 공동농업정책 개혁에 따라 직불제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지역별 평균 산출×과거 가격’이 직불금 지급의 기준이 되었으며, 유지작물과 단백질작
물이 대상이 되었다.

이후 2000년에 이루어진 ‘아젠다2000’을 통해 농촌발전정책을 강화시켰으며, 2000년대 중반 직접지불제도의 생산결정과의 연계성을 약화시켰다.

이러한 EU 농업농촌정책의 변화는 농정이념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1992년까지는 ‘생산성’이 강조되었고, 1990년대에는 ‘경쟁력’이 강조되었다. 2000년대부터는 유럽사회에서 환경, 기후변화, 동물복지 등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부여와 함께 ‘지속가능성’이 강조되었다.

  
2. EU의 직접지불제도(2013개혁안 이전)

EU는 1992년 맥세리 개혁 이후 직접지불제도를 CAP의 중심 정책수단으로 사용해왔다. 1992년 개혁 당시에는 농산물 시장 대외 개방과 농산물 최저가격 수준 인하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직접지불제를 운영했으며, 이후 농업이 제공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사회보장의 성격을 강화해오고 있다. 2013년 7월 EU는 CAP개혁안에 합의했는데, 그 핵심내용은 직접지불제의 개혁이었다.

1) 단일직접지불제(single payment scheme)

단일직접지불제는 기본적으로 작물과 무관하게 농지면적에 대해 ‘일정단가’를 농업생산자에게 지불하되, 대응의무의 준수를 조건으로 하는 제도이다. 단일직불제는 농가의 수급액을 결정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단일농장직불(Single Farm Payment: SFP)’ 방식과 ‘단일지역직불(Single AreaPayment: SAP)’ 방식으로 나눠진다. 단일농장직불은 기존에 직불제도를 운영하던 EU 15개국에서 적용되는데 직불금 지급액의 기준을 단일직불제가 운영되기 이전인 2000~2002년에 농가가 수령하던 보조금 수령액에 두고 있다. 한편 단일지역직불은 신규회원국에서 운용하는 제도이다. 신규회원국은 기존에 직불금을 지급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에 국가별 지역별로 면적당 직불 단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1992년 개혁 당시 도입되었던 ‘보상지불제도’는 최저가격제도 인하에 대응한 제도로써 작물별로 면적당 보상단가가 다르게 설정되었다. 이와 달리 2003년 도입된 ‘단일농장직불제도’는 이전 경지별로 지급받던 지불액을 기준으로 작물생산결정과 무관하게 면적당 지급액을 지불한다. 특정 농지에 대한 지불액은 두 가지 요인, 2003년 이전에 그 농지에 지불되었던 지급액수와 그 국가가 선택한 단가 결정방식에 따라서 달라진다. ‘국가별 상한금액(national ceiling)’을 정하고 있는데, 이 국가별 상한금액은 각 회원국들 마다 설정된 기준기간 동안 지불된 직접지불 보조금(또는 그에 준하는 보조금) 총액을 토대로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단일농장직불제도는 농가별, 지역별로 다르며 국가별 평균단가의 격차도 국가들 마다 다양하다.(EU 전체의 평균단가는 ha당 300유로 수준이다)  

단일직불제도(single payment scheme)가 도입된 목적은 다음과 같다. ▲농업인들이 시장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게 한다. ▲환경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을 촉진한다. ▲농업인이나 행정기관이 단순화된 형태로 공동농업정책을 실행하게 한다. ▲WTO 농업협상에 있어 EU의 입지를 강화한다.

단일직불제도(single payment scheme)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관리의무(SMR; statutory management requirement)’ 와 우수농업환경조건(GAEC; good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condition)'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SMR은 모든 농민에게 적용되는 법적규정이며, 환경, 식품안전, 동물 및 식물 건강 및 동물 복지와 관련된 18개 규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의무는 단일지불제도의 수급을 받는 생산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생산자들도 준수해야 하는 사항들이다. GAEC는 다섯 가지 정책목표 즉 토양침식방지, 토양유기물질과 토양구조의 보존, 최소한의 경관 유지 및 생활공간 악화방지, 물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서 부과되는 것이며 단일지불제도 수급 생산자에게만 적용되는 의무이다. 이러한 대응의무의 준수를 위해서는 통상적인 농민의 생산관련 지식 및 노우하우를 넘어서는 지식이 필요하므로 그러한 지식의 공급과 지원을 위해서 EU는 각 회원국들이 농가지도체계(Farm Advisory System)을 구축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2) EU회원국의 공동농업정책(CAP) 예산배분 현황

1986년 12개국이 EU회원국일 당시 EU재정의 약 70%가 CAP에 할당되었으나 27개국으로 회원이 늘어난 이후 그 규모는 약 4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EU의 CAP 예산배분은 아래의 표와 같다. 기존 회원국(15개국)의 EU CAP예산중 직불제 비중이 높은 반면 신규 회원국(12개국)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불제 예산은 EU27 전체로 볼 때 농촌발전 예산의 4.7배 규모이다. 직불제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예산의 95.5%가 직접적인 소득지지에 투입되고 있다. 다음으로 덴마크(94.7%), 프랑스(92.1%), 스페인과 영국(90.5%, 90.2%) 등이 직불제 비중이 높다. 반면 EU15 중 직불제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는 오스트리아(57.7%)이다. 신규회원국은 평균 56.2%를 직불금에 투입한다. 이는 EU 전체 평균보다 농촌개발 정책의 예산 비중이 2.5배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신규회원국은 지역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공동농업정책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직불금의 수령액은 농가간 편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EU농가는 평균 11,849 유로의 보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재 직불금 수령액이 연간 5,000 유로 이하인 농가가 전체의 82.5%이다. 직불금이 보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농가는 평균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공동농업정책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CAP 2013 개혁안

1) 개혁안의 배경

EU 집행위원회가 2010년 11월에 제시한 정책구상 ‘2020년을 향한 공동농업정책’(2013년 7월 합의, 2015년부터 시행)에는 2013년 이후의 공동농업정책을 구상하는 기본적 문제의식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여기서 EU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으로 세 가지, 즉 식량안보 문제, 환경과 기후변화, 지역적 균형 유지가 제시되었다.

농산물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 하에 식량안보와 관련해서는 EU가 자신의 식량 수요뿐 아니라 세계수요 충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EU 농업이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 및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많은 경우 농업생산 방식이 동시에 환경, 자원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영역에서 농업의 긍정적 기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역적 균형 문제와 관련해서는 농촌지역의 추동력으로 농업 이외의 요인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농촌지역의 활기와 잠재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써 농업의 경쟁력과 동력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직불제와 관련해서는 분배상의 형평성 개선, 정책의 녹색화를 통한 목적지향성(targeting) 개선, 단순화가 중요 원칙으로 제시되고 있다.

농촌발전 분야에서는 농업의 경쟁력 제고,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균형잡힌 지역 발전을 정책목표로 제시하면서 특히 ‘환경, 기후변화, 혁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정책 방향 설정 요소로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 개혁안의 주요내용

CAP의 핵심정책인 직접지불제도의 개혁은,

첫째, 직접지불제도의 변화와 관련해서 ▲기초직불제(basic payment scheme) ▲직접지불예산의 30%는 녹색화 조치(greening)와 연동 ▲활동농업인 기준 강화와 직불금 수령액 상한선 설정이 이루어졌다.

기초직불제(basic payment scheme)의 골자는 국가간, 지역간, 농가간 직불금 수령액 편차를 감소시키는 것과, 갑작스런 직불금 감액이 없도록 첫 해 직불금 수령액보다 30%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직접지불예산의 녹색화 조치(greening)와 연동시키기 위해 작물 다양화(10-30ha 경우 2가지 이상, 30ha 이상 7가지 이상을 심어야 하고, 두 경우 모두 한 작물이 75%를 차지하는 것 금지)를 해야 하고, 2015년 면적 기준으로 국가별, 지역별 초지가 5% 이상 감소해서는 완되며, 경작지의 일정구역은 ‘생태적 관심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수령액은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

활동농업인 기준 강화와 직불금 수령액 상한선 설정을 위해 비활동농업인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네가티브 리스트’를 만들 수 있고, 현재 고액의 직불금 수령자에 대해서는 20%~70%까지 직불금이 삭감될 예정이다. 

둘째, 새로 도입된 정책으로 ▲소농 직불제 도입 ▲청년 농업인 직불제가 있다.

소농 직불제는 연간 500~1000유로를 일괄금 형식으로 소농 농가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며, 회원국은 직불제 예산의 최대 10%를 소농 직불제에 배분할 수 있다.

청년 농업인 직불제는 채택여부를 회원국 재량에 맡긴 소농 직불제와 달리 모든 회원국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기본 직불제이다. 만40세 이하인 경우 청년 직불제를 신청한 다음 5년 동안 본래 수령하게 될 직불금에 25%의 추가적인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청년직불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면적은 25ha까지로 제한된다.


4. EU의 농촌발전 정책

지금까지 CAP의 제2 기둥인 농촌개발부문은 이른바 3대 축을 중심으로 하는데, 그것은 ①농업 및 임업분야의 경쟁력 개선 ② 환경과 농촌의 개선 ③농촌지역의 삶의 질 향상과 농촌경제 다각화 지원 등이다.


CAP 2013개혁안은, 농촌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6가지의 포괄적인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있다. ▲농업의 경쟁력 제고 ▲식품연쇄 단계에서의 조직 지원 및 위험관리 ▲생태체계의 복원-보존-제고 ▲농림 및 식품 부문에서 자원활용 효율성의 제고와 저탄소적, 환경변화에 강인한 경제로의 전환 ▲농촌지역에서의 사회적 통합과 빈곤감소 등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5. 마치며...

2013년 유럽연합의 CAP개혁안 합의에 관한 주요 이해관계자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유럽 농업인 단체인 코파코제카(Copa- Cogeca)는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환영했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보전 조치안이 당초보다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점을 봐도 농업농촌 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며, 그 방향과 실행계획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본격적으로 농업농촌의 사회적 역할과 발전방향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이 농업농촌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인식과 태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농업농촌은 휴대전화기 수출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우리 삶의 기초적 조건으로써 유지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김정섭,「EU 단일직접지불제도개요(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2004
민주노동당 정책위,『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자료집(제2권)』, 2004
이명헌,「EU농정의 최근 동향과 논의(농정연구센터 월례세미나)」, 2013.2.22
김윤성,「차기 EU공동농업정책의 주요내용과 시사점(농협경제연구소)」, 2013.11.21
최정섭,『유럽연합의 농업․농촌․식품정책(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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