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세계 - 조천호의 빨간 지구](2) ‘경제성장’이란 뜨거운 욕망에 달궈진 지구, 숨소리 거칠어진다
작성일2018-09-14본문
ㆍ지구의 위험 수위는

지구촌 환경보호 노력의 대표적인 성취로 꼽히는 오존층 복원을 보여주는 자료. 보라색과 푸른색을 띠는 남극의 오존 구멍이 2000년(왼쪽)에 비해 2010년에 작아졌음을 알 수 있다.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 전 세계 국가들이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s) 생산을 금지한 덕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온난화·오존층 파괴·화학 오염…
환경 파괴로 생태계 멸종
가속화
복원력 잃으면 남은 건 멸망뿐
미래 생존 위해선 인간의 체온처럼
‘지구위험한계’ 넘지 않게
관리해야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만이 누리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불은 인간도 신처럼 살 수 있게 했으나 이는 당시 우주 질서를 깨뜨린
것이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형벌을 내렸다. 인간 세상에 판도라 상자가 열려 온갖 불행과 근심·걱정이 퍼졌다. 우리는 이 그리스 신화의 교훈을 잊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다시 ‘화석연료’라는 새로운 불을 훔쳐 현대 문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연 섭리가 깨져 새로운 징벌을 받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인류 문명은 1만2000년 전에 시작된 홀로세의 안정한 기후 조건에 맞춰져 있다. 홀로세는 지구 탄생 이후 흔히 있는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시기다. 인류는 탄탄대로가 아니라 가파른 절벽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놓인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절벽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낭떠러지다. 하지만, 인류가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이에 견딜 수 없는 지구는 홀로세에서 떠나려고 한다.
까딱하면 굴러떨어질 수 있는 낭떠러지 길이라 해도 보호 난간만 있다면 우리는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다. 지구의 보호 난간을 알기 위해서 문명 발전에
핵심적인 지구환경 위험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이들 위험에서 인류의 안정과 번영이 위태로워지는 한계를 정량화해야 한다. 스톡홀름복원력센터 요한 록스트롬 소장과 여러 연구기관의 과학자
28명은 2009년도 ‘네이처’ 논문에 지구의 보호 난간으로 9가지 요소의 ‘지구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를 제시했다. 이후 9개국 과학자 18명은 다시 201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지구위험한계를 개선했다.
지구위험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처음엔 ‘불확실 영역’에 진입한다. 지구가 충격을 받아 불확실 영역에 들어서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동한다. 이것은 권투선수가 펀치를 맞는 것에 비유된다. 처음 몇 라운드에선 펀치를 맞는다고 해도 회복력이 있어 버티는 게 가능하다. 회복력이 바닥나는 마지막 라운드쯤 되면 한 방만 더
맞아도 쓰러져 다시 못 일어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확실 영역을 넘어서면 ‘고위험 영역’으로 진입한다. 고위험 영역에서는 어느 순간 작은 충격으로도 전체 균형이 무너지고 복원력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원상태로 회복될 수 없다.
지구위험한계는 그 영향력에 따라 세 범주로 나눠진다. 첫 번째 범주는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 해양 산성화다. 이 요소들은 지구 전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 범주는 토지 이용 변화(산림 파괴), 민물 이용, 생물다양성 감소, 질소와 인의 과잉공급이다. 이들은 지역 규모로부터 작용하여 전 지구 규모로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범주는 미세먼지와 화학오염이다. 이는 구성성분, 지리적 위치와 기상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복잡하다. 미세먼지와 화학오염의 위험한계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 수량화하지
못했다.
기후변화 위험한계의 지표는 이산화탄소 농도다. 극지방 빙하가 기후변화의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현재의 남극 빙하가 처음 생기기
시작했던 3500만년 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50PPM이었다. 극지방 빙하가 안정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100PPM 낮은 350PPM 이하여야 한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넘어 불확실 영역(350~450PPM)에 들어섰고,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도 1.1도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전 지구 평균기온이
파리기후협약의 기준인 2도 이상 상승하므로 고위험 영역으로 돌입한다.
 ‘경제성장’이란 뜨거운 욕망에 달궈진 지구, 숨소리 거칠어진다](http://img.khan.co.kr/news/2018/09/13/l_2018091401001264900131462.jpg)
성층권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자외선을 막아 낸다. 오존층이 감소하면 피부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생물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 오존 농도의
5~10% 손실이 불확실 영역이다. 성층권 오존이 그보다 더 손실되면 봄마다 극지방에서 오존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성층권 오존은 환경 재앙에 국제적으로 신속하게 대응,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 전 세계 국가들은 성층권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s) 생산을 금지했다. 현재 성층권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안정 영역에
머물고 있다.
해양 산성화는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이 바다에 녹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이 되어 바닷물을
산성화시킨다. 높아진 산성도는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이 껍질을 만들 때 필요한 탄산염 이온 농도를 낮춘다. 이 바다 생물이 생존하기 어렵게 되면 해양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어류
자원을 감소시킨다. 해양 산성화의 불확실 영역은 산업혁명 이전 탄산염 이온 농도의 70~80%로 정했다. 현재 84%이므로 거의 위험한계에 도달했다.
토지 이용은 산림, 초원, 습지와 기타 식생 영역이 농경지나 도시로 바뀌면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물을 보존하고 조절한다. 토지 이용의 위험한계는 자연적인 숲의 조성 비율로 정해졌으며, 불확실 영역은 54~75%다. 현재 자연 숲은 62%만 남아있으므로 불확실 영역에 있다.
민물은 관개, 산업용수와 식수 등으로 사용돼 인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영향으로 전 세계 강물의 약 4분의 1은 바다에 도달하지 못한다. 앞으로 더욱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며, 인류가 민물 관리체계에 개입하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민물 사용 위험은 인간이 이용하는 강물, 호수, 지하수의 양으로 정해졌으며 불확실 영역은 연간
4000~6000㎦다.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을 피하려면 현재 수준인 2600㎦에서 정지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식량, 물과 천연자원의 수요 때문에 발생한다. 자연적인 종의 손실은 매년 100만종당 0.1~1종이었다. 오늘날 멸종률이 매년
100만종당 100종 이상 웃돌고 있다. 멸종률의 불확실 영역은 매년 100만종당 10~100종이므로 이미 고위험 영역에 도달했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다른 위험한계들과 달리 불확실
영역에서도 복원력이 작동하지 않아 더 비극적이다. 한번 사라진 종은 영영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질소 고정은 자연에서보다 공장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 곡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지나치게 사용해 질소와 인이 작물에는 일부 흡수되고 나머지는 호수나 바다로 흘러든다. 이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다번식, 적조나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산소결핍 사태가 일어난다.
인위적으로 매년 생산하는 질소 6200만~8200만톤과 인 620만~1120만톤이 불확실 영역이다. 이미 질소와 인이 이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어 고위험 상태에 빠졌다.
지구위험한계는 요소들을 단순히 겹쳐 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과학을 하는 방법은 환원론적이지만, 지구는 전체가 하나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실제는 지각된 부분들의 합과 다르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위험한계를 넘어서면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산호초를 파괴하고 물고기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다양성과 물의 이용은 결정적으로 기후변화에 달렸다. 그리고 기후계와 생물다양성의 최종 상태는 민물의 양, 토지 이용, 질소와 인의 흐름이 작용한 결과가 곱해져 결정된다. 즉,
모두는 하나를 위한 것이고 하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의 지구위험한계에 치중하기보다 모든 한계가 안전한 운영 공간에 머무르도록 통째로 관리해야 한다.
지구위험한계를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아플 때 체온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체온이 42도이면 우리 몸은 고위험 상태에 도달한다. 그 경계를 넘어서면
생존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산 상태와 죽은 상태 간의 한계인 42도에 도달하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 우리는 평균체온보다 열이 더나 머리가 아프면 쉬거나 약을 먹는
등 안전한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지구위험한계도 고위험 영역에 진입하기 직전인 불확실 영역에서 사전 예방을 해야만 한다.
지구위험한계를 인식한다면 사람들은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도로를 달릴 때 위험을 직접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보호 난간은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안전 운전을 할 수 있게 한다. 보호 난간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지구위험한계도 인간 활동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운동경기 규칙이 최고 기량의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규칙 안에서만 선수는 창의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지구위험한계라는 규칙 안에서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는 역량을
지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유한한 지구환경은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은 사회기반과 지구환경을 희생해 이뤄져 왔다. 이제 역으로 경제성장이 사회기반에
이바지하고 사회기반은 지구환경의 안전한 운영 공간 내에서 발전해야 한다. 즉, 지구위험한계 안에서 사회기반이 운영돼야 한다. 사회기반은 안정적인 자원, 더 나은 생태계와 기후에서 살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권리, 그리고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공정성, 교육 등의 수준으로 구성된다. 이 사회기반에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구위험한계는 지속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사회기반의 수준을 높여 우리 삶과 사회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다시 말해 지구환경을 지금 같은 ‘부차적’ 위치가 아니라 ‘최우선적’인 위치로 높여놔야 한다.
지구환경의 복원력 없이는 경제와 사회 수준의 향상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선물한 불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경기장에 불을 피워 놓았다. 오늘날 새로운 불인 화석연료는 인류
문명의 동력이므로 우리는 화석연료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새로운 위험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우리는 무한한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가 그 마지막에 멸망할 수도 있다. 반면,
우리는 자기 결정능력을 지닌 종으로서 욕망을 억제해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다. 상반되지만 밀접하게 얽힌 이 두 힘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때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하려면 지구위험한계는 여러 돌파구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경제성장’이란 뜨거운 욕망에 달궈진 지구, 숨소리 거칠어진다](http://img.khan.co.kr/news/2018/09/13/l_2018091401001264900131463.jpg)
대기과학자.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일하고 원장으로 퇴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공부했다. 전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델과 전 세계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구축했다. 기후변화 과학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132123005&code=610100#csidxd706a40dcb1ce6fb622d44b8e4edc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