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농업전망과 잎담배 농사
작성일2013-12-10본문
2014년 농업전망에 대하여
연일 계속되는 중국 발 스모그로 해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온통 잿빛이다. 2013-2014년 겨울을 맞는 한국 농부들 마음 그대로다. 작년 거의 모든 농산물 값이 폭등하여 '올해 밭농사 지어 돈 못 번 사람은 바보' 라고들 하였는데, 2013년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본 농부들 심정은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농산물 값이 이렇게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상황은 도대체 농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공황상태에 빠져 내년 농사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FTA 2차 협상 진행과 진행중인지도 몰랐던 한-호주 FTA타결소식을 접하게 된다. 또한 2014년 12월 말로 다가온 쌀 관세화 유예시한 종료에 따라 의무수입물량 확대와 관세화 수용을 두고서 지루한 협상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안으로는 20 80을 넘어 10 90으로 악화되는 양극화 및 작년 수입물량 재고과다로 극심한 소비부진 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차근차근 점검해 보자
2. 농업을 둘러싼 국내 정치적 조건들
- 악화되는 양극화에 의한 소비부진
이명박 정부시절 악화된 양극화는 현 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다. 5년 동안 부자들에게 92조 원 이상의 혜택을 안겨 준 부자감세는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해외 및 국내자본의 투자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인세 인하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그 많은 복지공약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부유세 신설이나 종부세 환원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전두환의 추징금 환수를 시작으로 고액세금 체납자 압박같은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현금을 움켜쥔 채 투자를 미루면서 일자리창출을 기피하고 있다. 결국 타협점으로 찾은 것이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인데, 심지어 교육현장에까지 기간제도 아닌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어거지 통계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그것도 '좋은 일자리라며 국민세금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악화되는 분배구조는 사회를 극단적으로 양극화시켜 국내 소비시장을 위축시키고 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농산물 소비에도 반영되고 있다.
- 보수광역단체장, 보수의회권력의 친환경 무상급식 제동
사회 양극화와 소비시장 침체로 인한 세수부족은 급기야 내년도 지방교부세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보수세력이 장악한 지자체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의한 무상급식 지원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중 최초로 친환경 농산물 무상급식을 시작한 경기도의 경우, 무상급식 재원 증액을 요구하는 의회와, 무상급식 중단을 주장하는 김문수 지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으며, 강원도의 경우 도의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장악한 도의회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의 본질이 현재와 미래의 자원을 둘러싼 세력간 힘겨루기라고 할 때, 미국, 프랑스처럼 부자증세를 도입하여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한 무상급식을 넘어 분배를 둘러싼 결렬한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자유무역 협정과 그 외 협상들
한-미FTA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올해와 내년 까지 한국 농업의 운명을 좌우할, 사실 한국 농업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는 협상들이 줄지어 있다. 12월 초에 타결된 한-호주FTA와, 1차 협상을 마무리하고 현재 2차 협상이 진행중인 한-중FTA, 그리고 내년 2014년 말로 시한이 다가온 쌀 관세화 유예기간 만료에 따른 관세화 협상이 그것이다.
- 한-호주 FTA
한-중FTA에 모든 농민의 눈이 쏠려 있는 사이, 대부분의 농민들은 진행 사실 그 자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호주와의 FTA가 타결되었다. 핵심은 호주가 한국산 자동차와 기계류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대신 한국은 현재 40%인 호주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를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매년 2-3%씩 낮추어 2030년경에 완전 무관세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10년, 닭고기는 18년에 걸쳐 소고기와 같은 방식으로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이럴 경우 2027년에는 미국산 소고기가, 2030년경에는 호주산 소고기가 무관세로 수입되어, 이미 현재 전체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수입산 소고기가 시장을 거의 석권하여 국내 축산이 붕괴될 전망이다.
- 한-중FTA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시작된 중국과의 FTA 협상이 현 정부 들어 박근혜-시진핑 회담이후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 9월 초 1차 협상이 타결되고 현재는 2차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1차 협상에서 양측이 제외한 초민감품목과 기타 부수적인 문제들을 협의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1차 협상에서 초민감품목으로 농산물 일반을 지정하여 관세인하대상에서도 제외하였고 중국은 몇 가지 현저한 경쟁력 차이를 보인 공산품을 제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2차 협상이 진행되면서 중국이 한국 내 재배면적이 크지 않은 3-4개 농산물에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불길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칠레나, 미국,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상이 과일이나 축산 등 일부 품목에 치우쳐 있는 반면, 중국과의 농산물 분야 협상은 일부 품목에 제한된 경우라 할지라도 밭농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단 5% 공급과잉에도 올해 같은 농산물 가격 폭락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3-4가지 수입품목의 재배포기와 그 면적의 타 작물로의 전환은 그야말로 도미노처럼 밭농사를 쓰러트리게 될 것이다.
- 쌀 관세화 유예기간 종료에 따른 관세화 협상
2004년 WTO협의 결과에 따라, 한국은 쌀 관세화를 10년 유예받는 대신 해마다 단계적으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유예시한이 내년 말로 다가옴에 따라 당장 내년 초부터 WTO와 쌀 관세화에 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내년 의무수입량은 40만 9천 톤으로 국내소비량의 약 10%에 이른다. 현재 필리핀이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고 의무수입량을 대폭 늘리려는 입장이지만 협상진행상황은 현실적으로 관세화를 받아들여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 역시 관세화 유예를 연장 받으려면 당장 2015년에 약 80만 톤 정도의 의무수입량을 들여오는 조건으로 타협해야 할 처지이다. 그렇지 않고 관세화를 받아들일 경우에도 2014년 의무수입량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어떤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되든 쌀 역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수입물량이 대폭 늘어날 경우, 향후 현실적으로 쌀 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나마 기계화덕에 논농사를 짓던 고령 농부들과 중 소농들은 몇 년 내에 거의 대부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경제적인 차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쌀마저, 그토록 지켜내고자 발버둥치던 마지막 보루 쌀마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 농부들은 논에 밭작물을 심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과의 농산물 협상 결과에 따라서 2중 3중으로 밭작물이 공급과잉상황에 빠져 만성적인 가격폭락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생산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경작지는 조만간 경작포기를 하게 되어 국내경작지가 빠른 속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농산물 협상 때마다 간신히 버텨오다 벼랑 끝까지 몰린 쌀, 휘청이기 시작한 밭농사와, 이미 사망선고를 받아놓은 축산까지, 총체적으로 한국농업이 파국직전에 와 있는 형국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기후변동에 의한 흉년과 식량대란이다. 그러나 일단 그것은 논외로 하자. 식량대란에 의해 국내외 농산물 가격이 올라 농부들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안정된다 할지라도, 오른 곡물 값을 감당할 수 없는 수천만 세계 인민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거기에 투기자본까지 가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 한 톨에 담긴 연대의 가치를 포기할 수 는 없는 일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대지에 두 발을 딛고서 삶을 꾸려가려 하는 한 최선을 다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비록 그것이 작은 한 걸음일지라도 말이다.
4. 급변하는 한국농업과 잎담배 농사
밭농사 일반, 나아가 한국농업 전반에 다가오는 이 무거움은 우리 조직에 무엇을 뜻하는가?
전세계 피지배계급 인민들을 파멸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역설적으로 한국 잎담배 농사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단히 비극적인 빛줄기다. 상당한 기간 이 슬픈 빛줄기가 한반도 농민들 머리위에 내려쪼일 전망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가온 기회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우리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더 이상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된다. 문제의 원인을 게속 외부로 돌린다면 그동안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그 책임으로부터 과연 자유로운지 자문자답해보아야 한다.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현재 남아있는 바로 '우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갈릴레이에 대한 연금에 대해서 교황청이 500여년 이후에 사과한 사실, 뒤레프스 사건에 대해서 프랑스 정부가 사후 100여년이 지난 후에 사과한 사실은, 지금 우리 조직의 현재에 대해서 현직에 있는 우리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첫째, 도입품종의 안착이다. 부족한 정보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일반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 일반론을 각 산지 및 경작인 농사특성에 맞게 특화시켜 실행할 수 있는 메뉴얼을 만들고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사전에 걸러내는 것이다. 콩 수매를 마무리하고 각 조합단위에서, 조합간 모임에서 도입품종 공부를 위한 모임을 조직하자.
둘째, 수량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궤저-입고병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다수 피해가 순수한 형태의 입고병이기 보다는 노후화된 포지에서 병약하게 자란 포기에 곁순억제제를 과잉 살포하여 지제부가 궤사하고 그 상처를 통하여 입고병원균이 조기 침투하는 문제이므로 궤사-궤저를 막을 수 있는 제 방법들을 논의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도입한다면 상당한 수준에서 궤저-입고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 역시 어느 누구의 머리 하나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니, 차근차근 발생가능한 변수들을 올려놓고 하나하나 논의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해보자
이 과정을 통해서 토론하고 공부하는 분위기, 콩알만한 각 조합의 벽과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공유하고 상생하는 연대의 틀을 만들어 갈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을 처철하게 기울였음에도 안 될 때는 모두 미련없이 짐을 싸들고 떠나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람에 휩쓸려 다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갑자기 바람이 멈추어 버린 이후 낙하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콩은 콩이고 문제는 담배이지 않는가?
올 한해 수고많으셨습니다
내년농사 생각하다가 의견을 나누고자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새해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북부조합 이동춘 두손 모아 드림



